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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와 진보

데스크칼럼 /한형철 편집국장
보수와 진보
퇴계(退溪) 이황(李滉 1501~70)과 율곡(栗谷) 이이(李珥 1536~84)는 조선조 최고의 학자로 꼽히는 인물들이다. 이황은 당대 성리학을 집대성한 대쪽 선비요, 이이는 출가(금강산) 경험까지 있으며 어떤 권위도 인정하지 않고 공격적 태도를 취한 학자이자 현실정치가였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무려 35세나 됐다. 하지만 이황은 자신을 찾아온 이이에게 “서로 나이는 잊어버리고 함께 도(道)의 길을 가자”고 권유했다. 좋은 만남의 시작처럼 보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자신들의 학파 대립의식이 너무 강해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고, 서로 창과 방패가 되어 격렬한 논쟁으로 인해, 처음과는 달리 어긋난 만남이 되었다고 한다.
이황과 이이, 이 두 사람이 비록, 서로의 사고(思考)는 달랐다할지라도, 논쟁의 대립보다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고 합리(合理)를 좁혀가는 관용성의 기풍을 남겼다면, 이념을 달리하면서도 아름다운 동행이 되었을 텐데 하고 큰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필자는 최근 ‘명동의 기적’을 일으킨, 종교를 초월한 ‘국민 할아버지’ 고(故) 김수환 추기경을 잊을 수가 없다. 몇 년 전, 성균관대학교의 ‘심산 사상연구회’에서, 김수환 추기경에게 ‘심산상(心山賞)’을 수여하기로 결정한 일이 있었다. ‘심산상’은 성균관대학교의 설립자인 고(故) 심산(心山) 김창숙 선생의 업적을 기려서 제정한 상이다. 그런데 하나의 문제(?)가, 생겼다. 심산 선생은 저명한 유학자(儒學者)였고, 심산 상을 수상한 사람은 심산 선생의 기일(忌日)에 묘소를 찾아가 유교식으로 절을 해야 했다. 그러자 기독교계에서는 큰 논란이 일었다. 어떻게 기독교인이 유학자의 상을 받을 수가 있으며, 또한 묘소에 찾아가 절까지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김수환 스테파노는 거리낌 없이 묘소를 찾아가 절을 했고, 그리고 심산 상을 받기로 한 이상, “이 어른이 살아계셨다면 마땅히 찾아뵙고 절을 해야 하는데, 돌아가셨으니 묘소에서 절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참으로 감동적인 말씀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지난 10월 10일, 나주시의회 의원 3명이 본회의장에서 표결로 제명된, 지방자치 초유의 의정사건이 발생했다. 이유야 어떻든 나주시 의정 사의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어떤 계기에 의하여 민주당이 무소속이 되고, 무소속이 민주당이 된 정변(?)이 도출되기도 했다. 그래서 정치는 생물이자 명분이라고 한다. 생물은 「적과의 동침」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명분은 소신이다. 소신은 곧 의원의 생명이다. 3명의 의원은 나름대로의 소신 때문에 생명을 잃고 말았다. 그들은 10만 시민을 대신하는 대표 기구로서 나주시의 부정한 미래산단 사업에 ‘브레이크’를 걸고 의원직 사퇴서를 던졌다. 그러나 의회(본회의)는 그들의 사퇴서 반려를 종용하는 시간만 주었지 사퇴서를 철회할 수 있는 명분을 주지는 못 했다. 물론, 미래산단의 사건이 현재 재판계류 중에 있기 때문에 차후 결과에 따라 응당한 조치가 취해지겠지만, 그보다 앞서 의장이 단호히 본회의장에서 사후 조치에 대한 책임 있는 성명을 발표했거나, 시장이 사후 결과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을 했다면, 그들에게 의원직 사퇴서를 철회할 수 있는 명분이 됐으리라고 생각한다.
또한, 사퇴서를 제출한 시의원들이나 그 사퇴서를 표결로 처리한 의원들이, 단 한 번만이라도 진정으로 시민을 생각한 ‘시민중심의 의회’를 생각했더라면, 그리고 시민이 자신에게 시의원의 중책을 맡긴 뜻을 생각했었다면, 그러한 일련의 과정 중에 시민의 지혜를 모으고 시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상황이 도출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결코, 세상 이치는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틀린 건 아니다.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겸손함도 있어야 한다. 현재는 화해와 일치, 그리고 이해와 관용에 대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고, 보수와 진보, 진보와 보수, 양자 공히 존재할 수 있는 사회과학(구조)이다. 아무쪼록 집행부와 의회가 <아름다운 동행>으로, 진정, 나주시민을 위한 발전을 이끌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데스크칼럼 /한형철   -영산강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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